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서평: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도시계획학 박사))
‘꿈의 주택정책’을 찾는
찾는 여정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찾는 여정은 계속돼야 한다
‘꿈의 주택정책’이란 게
과연 있는 것일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꿈의 주택정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
아름다운 꿈은 다른
누구에게 그 반대의 악몽이
될 수 있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겠지만,
주택정책은 특히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정책 결정집단이
추구하는 세계관에 따라
때로는 국가의 책임과 개입
정도가 큰 주택정책이 등장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택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정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떤 정책기조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혜택을 받는 계층이나
집단은 달라진다.
오죽하면
주택정책은 복지국가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임에도
교육정책이나 의료정책 등에 비해
‘불완전한 기둥(wobbly pillar)’으로
묘사되지 않던가.
그렇기에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여행자 본인의 명확한
방향성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성급하게 방향을
정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들 역시
섣불리 자신들의 입장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보다 주택정책의 역사가
오래된, 그래서 다양한 정책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영국,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의 사례를
찬찬히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그러고 나서
독자 스스로 우리 사회에
적합한 주택정책 방향이 무엇
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한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필자들은
3년여의 기간 동안 꾸준히
모은 자료들을 엮어서 국가별
주택정책의 전개과정과 그 명암(明暗)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책을 읽다 보면
특정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변화무쌍한
주택정책의 역동성에 매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섣부른
편견을 버리고 외국의 주택정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또한, 이 책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굳이 한 권을
다 읽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관심이 가는
국가의 주택정책을 읽고
책장에 잠시 꽂아뒀다가 문득
궁금한 국가가 떠오르면
다시 책장으로
가면 된다.
게다가
이 책은 국가별 주택정책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제1장의
‘글로벌 주택시장의 10대 트렌드’만
정독해도 마치 한 권을 다 읽은 것 같은
뿌듯함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 장인 제7장
‘글로벌 주택시장 변화와 한국 주택체제의 미래’를
곁들여 읽어준다면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에 대해
몇 마디 훈수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대중서라고
하기에는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많지만, 그럼에도 전혀
접근하기 어려운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주택정책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국가마다
고유의 제도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어느 국가의 주택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그것을
이식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걸까?
오히려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타당한
질문이면서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의 경험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현주소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주택문제의 성격,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하는
정책수단의 적절성, 향후 지향해야
할 주택정책의 방향, 새롭게 도입을
모색해야 할 정책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있어서 비교 또는 참조할
사례가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택정책을
연구분야로 삼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부가 지원하여 공급하는 저렴한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이라고 일률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저자들의 고민의 산물이겠으나,
국가에 따라 저렴주택의 공급주체가
다양하고 이를 지칭하기 위해 사회주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국가도 있음을 감안할 때
국가 간 차이를 드러내기 어려운 용어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집필에
몰두했던 저자들의 노고를
가릴 정도의 큰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가는 여정의 종착지라기보다는
독자들이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그 여정을
시작하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런 점에서
서론에 저자들이 앞으로의
숙제로 언급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묶은
두 번째 책이 기다려진다.
꿈의 주택정책을
찾는 여정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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